[피플&피플] 강병령 광도한의원 원장

"장애인이 정책 결정 참여해 권익 찾아야"

- 거동 불편한 지체장애 1급
- 장학회·결손가정 지원 등
- 각종 사회봉사 활동 앞장
- "장애인 금전지원 필요하지만
- 보행장애 해소 등도 중요"

부산 동래구 낙민동 광도한의원 강병령(56) 대표원장은 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 목발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도 강 원장은 한의원 진료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쪼개 동래고 인봉장학회 회장, ㈔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 공동대표, 대한장애인요트연맹 회장, ㈔희망을 여는 사람들 이사장, 부산장애인총연합회 부회장 등을 맡아 다양한 사회 활동과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와 기부는 그의 삶 일부분이다. 그는 10일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도움과 인연 덕분에 가능했던 만큼 그동안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당연하다"며 사회봉사 활동과 후원을 열성적으로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강병령 원장은 "장애인도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강 원장이 봉사와 기부에 눈을 돌린 것은 14년 전. 2003년 한경동 당시 동래고 교장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동래고는 강 원장의 모교다. '자네도 이제 어려운 후배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한 교장의 권유에 강 원장은 처음에는 "좀 더 자리 잡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망설였다. 한 교장은 "장학금을 많이 줘야 장학회냐. 마음을 담아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 원장은 이에 용기를 내 동래고 후배 10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인봉장학회 활동을 시작했다. 14년을 이어온 장학회는 매년 동래고 재학생 10명에게 100만 원씩 1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은행 대출을 받아 장학금을 마련했어요.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열심히 환자를 봤더니 결과적으로 한의원이 더 잘됐죠. 나누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커지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기부와 봉사 영역은 눈 굴리기처럼 불어났다. 2003년부터 결손가정, 조손부모가정, 차상위계층 아동의 생활·학습·문화사업 지원 활동을 하는 '희망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를 지내다가 사단법인으로 바뀐 뒤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이 단체는 2011년부터 '두드림교복센터'를 만들어 매년 기증받은 교복 9000여 벌을 수선해 1만~2만 원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소아암 심장병 같은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 환자를 돕자는 취지로 부산을 포함한 여러 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전문 음악인을 중심으로 2006년 설립된 유나이티드 코리아 오케스트라(U.K.O) 공연에도 그는 초창기부터 10년째 후원하고 있다.

강 원장은 지난해 9월 29일 유권자의 올바른 권리 행사를 위한 유권자 교육, 정책 분석, 정치·행정 모니터링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을 창립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2012년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을 받은 뒤 1년4개월간 목발이 아닌 휠체어 신세를 진 것이 작용했다. "휠체어와 목발이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휠체어로는 목발로 갈 수 있는 곳의 30%도 못 가요.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아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었죠."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장애인을 위해 금전적인 지원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그들의 생활환경과 권익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고 회상했다. "기성복보다 맞춤복이 내 몸에 맞죠. 장애인 정책을 장애인 눈높이에 맞추려면 정책 결정에 장애인이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앞으로 장애인도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비장애인과 함께 봉사하며 당당하게 세상의 밝은 빛으로 자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가려운 곳을 누군가가 긁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서로 긁어주도록 연대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을 16년째 하고 있는 그의 지론이다. 장애인 복지나 유권자운동을 통한 정치 개혁도 마찬가지일 터. "저도 수없이 넘어졌습니다.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다면 몇 천 번 넘어지길 반복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2006년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을, 2015년에는 '올해의 장애인상'(대통령상)을 받았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국제신문

[피플&피플] 강병령 광도한의원 원장

"장애인이 정책 결정 참여해 권익 찾아야"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2017-01-10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100&key=20170111.22028185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