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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길청
글로벌캐피탈리스트
글로벌경영평론가
사단법인 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 자문위원
ㅁ진화하는 대한민국
올해로 분석가 일을 한지 꼭 40년을 맞는다. 1979년 종합무역상사의 글로벌시장분석 담당으로 시작하여 금융시장의 기업분석가와 산업분석가, 그리고 언론의 투자시장분석가와 경제동향분석가를 거쳐 대학에서 재무투자분석 선생으로 일하기까지 그런 시간이 흘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마치 신기루 같은 시간과 기적 같은 성과들이 우리 경제 곁을 흘러갔다.
처음 이 일을 할 때만 해도 우리 경제는 우리의 고유기술에 목말라 했다. 그래서 소재와 부품과 자본재의 국산화에 소망을 걸었다. 그 때는 아무리 열심히 만들고 팔아도 일본이 대부분 그 이득을 선취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브랜드조차도 우리 브랜드가 아닌 일본이나 미국의 브랜드로 팔아야 하는 주문자상표(OEM)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 길은 참으로 험난했다. 대부분의 제조기술이 국제특허로 보호되고 있어서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쥐꼬리만 한 이익이 따라 붙었다. 그래도 우린 정말 낮은 임금으로 버티며 우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다.
여기에 덧붙여 우린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나라였다. 원유는 물론이고 철광석, 알루미늄, 구리, 곡물, 원면, 피혁, 목재, 고무 등 모든 원자재가 수입품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근로자들이 노동생산성을 높여 놓아도 원자재 시장의 파동만 나타나면 우린 추풍낙엽 같은 신세였다. 아무리 수출을 열심히 해도 무역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그래도 우린 가능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산유국보다 더 잘하는 석유화학 소재도 개발하게 되었고, 그 어렵던 기계 산업을 일으켜 이제는 자본재를 국산화하는 개가도 올렸다. 사실 한 때는 석유화학 소재인 나프타(납사) 가격만 올라도 분석가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대로 우리 제조사의 이익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고유 기술이 없는 우리는 품질관리로 그 빈자리를 메우며 R&D에 목을 매었다. 낮은 수익에 없는 돈에 기술개발은 보통의 결단이 아니었지만, 우린 무슨 종교처럼 그렇게 고유기술 확보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우리 기술과 서비스로 우리 상표를 붙이게 되었다. 미국과 독일, 일본의 상표에 비한다면 우리 상표가 정말 초라했지만, 열심히 잘 만들어 조금씩 신뢰를 얻어갈 수 있었다. made in korea의 물건을 만들어 우리 상표를 붙이기까지 우린 글로벌시장의 무시와 홀대와 차별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몬산토, 듀퐁, GE, 칼텍스, 엑슨모빌, 미쓰비시, 미쓰이, 카길, 지멘스 그들은 그렇게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중간에서 무정하게 걷어갔다. 오늘날 우리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포스코가 지금 이렇게 지식형 소재기술로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게 될 줄은 정말이지 분석가도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그 어렵던 범용기술을 넘고 나니 더 어려운 첨단기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도체,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기술, 환경기술 등의 첨단기술은 기업이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의 경쟁력이 높아져야만 도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책연구소와
대학들이 발 빠르게 잘 대응했고 특히 젊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 어려운 기술들을 잘 소화해 내어 오늘이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앞에 미국, 독일과 나란히 서 있다.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노력은 하지만 아직 제자리를 다 찾지 못한 인상이다.
여기서 중국의 오늘을 보면 우리가 걸어온 길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다. 그들은 우선 국가브랜드도 아직은 직접 단독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단계이다. 그들만의 기업들의 고유기술도 크게 없다. 주로 필요한 기술을 돈으로 사들이거나 아류로 베끼는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온 국민들의 노력과 경험이 결집된 경제성장이 아니란 점이다. 이제부터 그들에겐 많은 시련과 학습이 필요하리라.
어느 나라가 이렇게 40년을 일관체제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온 국가가 일체감을 가지고 대응한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민주화까지. 이게 바로 국가와 국민의 진화(evolution)이다.
지금 우린 2010년 이후 세수 증대, 재정 흑자, 경상수지 흑자, 자본수지 안정, 원화가치 안정, 금리 안정, 생산자물가 안정의 편안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 그런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 또한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안정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지금 미국이나 독일이나 일본은 아직 2008년 금융위기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나라들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금융공급이나 통화관리에서 많은 굴곡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실제로 기업들이 돈을 벌어 나라 안에 쌓아두고 있는 나라이다. 앞으로 반도체 수출성적이 후퇴한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무역적자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자연재해만 없다면, 우린 에너지와 원자재만 더 비싸게 사들이지 않으면 웬만해선 다시 무역수지 적자로는 안 갈만한 나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 두 가지를 덜 사용하기 위해 단행하는 진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부족한 일들이 있다. 그게 바로 근로자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역할이 후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들이 거의 안 된 상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사회적 진화의 대상이다. 주로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전면에서 하고 있지만 더 세밀하고 직접적이고 다양하게 또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최근 몇몇 전직 주요정치인들이 직접 1인 미디어를 만들어 국민들 곁으로 다가 오고 있다. 혹자는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의 부질없는 노욕으로 치부 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우리 사회만의 정치문화적 진화방식이라고 본다. 부디 서로 못난 소리나 추한 행동은 하지 말고 모쪼록 잘 하길 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경영진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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